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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2001년9월


인텔의 컴팩사 알파칩 기술의 인수 배경과 파장

컴팩이 서버 전용 6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인 ‘알파칩’ 기술을 인텔에 넘긴다.
인텔과 컴팩은 중대형급 서버시장을 공동 공략하기로 하고 기술 및 마케팅 전반에 관한 업무 제휴를 맺었다고 인텔코리아(대표 김명찬)가 최근 밝혔다.
이번 협약에 따라 인텔은 오는 2004년까지 컴팩으로부터 차세대 알파칩 및 컴파일러 등 주요 핵심 기술을 이전받아 차세대 서버 전용 칩들을 개발할 계획이다.

인텔이 우선적으로 이전받을 기술은 차세대 알파칩 기술인 EV7이며 서버용 운용체계와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기술지원도 함께 받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인텔은 하이엔드 서버시장을 겨냥한 첨단 병행처리기술도 컴팩과 공동 개발하는 한편, 추가 협약을 통해 컴팩의 알파칩 개발 인력도 이전받아 사업부문 전체를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컴팩은 인텔에 알파칩 기술을 이전하는 대신 인텔의 6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인 ‘아이테니엄’을 기반으로 해 서버사업을 확대한다.
컴팩은 슈퍼컴퓨터에서 웹서버에 이르기까지 아이테니엄을 탑재해 제품군을 재정비, 서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인텔은 엔터프라이즈 서버시장을 위한 기술력을 보완한 한편 ‘아이테니엄’을 통해 서버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컴팩과의 협력으로 ‘아이테니엄’ 출시에 이어 엔터프라이즈 서버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인텔이 사실상 컴팩의 알파칩 기술을 인수키로 하면서 컴팩과 제휴해 알파칩을 생산해온 삼성전자와 IBM의 알파칩 사업뿐만 아니라 서버시장에 일대 변화가 점쳐졌다. 그렇지 않아도 알파칩 사업의 존속 여부를 고민해왔던 삼성전자로선 이참에 어떤 형태로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전자는 하루종일 긴급회의를 갖고 알파칩 사업의 향후 전망과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을 심도있게 논의했으나 뾰족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 인텔의 알파칩 기술인수 배경:
인텔과 컴팩의 제휴는 기업용 서버의 시장표준을 만들기 위한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컴팩은 날로 격화되는 시장환경속에서 서버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자체 칩개발이라는 부담을 덜자는 전략이다. 인텔은 주력시장으로 육성하는 서버시장의 성공적인 진입을 위해 알파칩에 눈을 돌렸다.
형식상으로는 컴팩이 인텔에 알파칩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를 주고 인텔은 그 기술을 접목시켜 개발하는 새로운 칩을 컴팩에 공급한다. 그러나 사실상 인텔의 인수에 가깝다. 컴팩은 차세대 알파칩 개발을 제외한 기술자원과 수백명의 인력, 그리고 핵심 툴을 인텔에 제공키로 했다. 또 차세대 칩 개발인력도 개발을 완료하는 대로 인텔에 옮겨갈 예정이다. 그 시점은 2004년이다. ‘매크로프로세서’라는 이름으로 서버용 칩시장 진입을 모색중인 인텔은 이번 알파칩 인수로 단숨에 서버시장에 진입하게 됐으며 컴팩이라는 대형 수요처를 확보해 향후 시장경쟁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됐다.

◇ 알파칩의 장래:
알파칩의 우수성은 컴팩에 흡수되기 전의 시절부터 익히 알려졌다. 인텔도 알파칩을 개발한 디지털이퀴프먼트(DEC)가 컴팩에 인수되기 전인 지난 97년에 기술을 사들이려 한 적이 있다. 그러나 포기했다. 기술은 좋아도 ‘폭넓은’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 판단은 들어맞아 알파칩은 병원, 연구소 등 고급(하이엔드)서버 시장에 국한돼 좀처럼 영역을 넓히지 못하고 있다.
인텔이 알파칩 기술을 사들이기로 결정한 것은 서버시장 조기 진입은 물론 관련기술을 자체 칩인 아이테니엄에 접목시켜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유일한 64비트 상용제품인 알파칩에 비해 아이테니엄은 32비트이며 소프트웨어와 데이터에서 아직 보완할 게 많다.
업계는 인텔이 초기에는 알파칩 사업을 병행하면서 이후 두 기술을 통합한 새로운 칩을 바탕으로 서버시장을 파상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다급해진 IBM과 고민에 빠진 삼성전자:
불똥은 삼성전자와 IBM에 튀었다. 두 회사는 컴팩과 제휴해 제품을 생산, 공급했는데 갑자기 고객이 인텔로 바뀌게 됐다. 특히 지난해 컴팩과 제휴해 알파칩 사업을 전개했던 IBM은 이번 인수로 생산공급 차질은 물론 미래 서버용 칩시장을 장악한다는 전략 자체에 타격을 받게 됐다. 인텔은 사실 떠오르는 비메모리반도체 강자인 IBM을 꽤 의식해왔다. 인텔이 이번에 IBM을 견제하고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인텔과 우호적인 관계인 삼성전자는 IBM에 비해 느긋한 편이나 진로가 불투명한 것은 마찬가지다.
만일 인텔이 알파칩 기술을 신기술 개발에만 적용하고 사업을 중단할 경우 컴팩 물량의 80%를 공급해온 삼성전자로선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또 알파칩을 바탕으로 비메모리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려던 전략 자체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그렇지만 인텔이 알파칩 사업을 존속시킨다면 삼성전자로선 물량확대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는 인텔의 알파칩 기술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날 회의에서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도 인텔의 알파칩 인수 의도와 향방이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 서버업체에 미치는 영향:
인텔이 컴팩의 알파칩 핵심기술을 도입키로 하는 협력관계를 맺음에 따라 서버업계의 지형도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HP에 이어 컴팩이 인텔진영으로 완전히 돌아섬에 따라 중대형 서버시장은 이제 HP·컴팩 등 인텔 진영과 스파크(SPARK)프로세서 및 솔라리스 운용체계(OS)를 앞세운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파워PC프로세서·AIX 운용체계를 내세운 IBM 등 3대 진영으로 나뉘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물론 IBM은 로엔드 부문서 인텔과 협력관계에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컴팩 중대형서버의 미래다. 컴팩은 일단 이번 합병을 핵심역량의 결집으로 표현하고는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중대형사업 부문의 타격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컴팩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알파칩은 사실상 그 생명을 마감하고 인텔의 IA64 프로세서의 전략이라는 우산속에서만 활용될 소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결국 컴팩은 앞으로 모든 시스템 전략을 인텔 프로세서 전략하에 구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컴팩의 알파서버는 점차 새로운 인텔서버로 탈바꿈하고 밉스칩 기반의 무정지서버인 히말라야 역시 인텔의 옷으로 바꿔입을 것으로 보인다. 컴팩은 내부적으로는 HP와 함께 인텔 진영의 적자논쟁을 벌이면서 외부적으로는 선·IBM 등과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공세의 표적은 선. 선은 얼마전부터 스파크 프로세서와 솔라리스를 기반으로 한 유닉스서버를 앞세워 HP·IBM을 제치고 중대형서버부문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따라서 중대형부문 1위 탈환을 목표로 파워PC전략과 IA64전략을 병행하고 있는 IBM과 공동보조를 맞춰가며 HP와 공동으로 선 진영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는 그러나 “컴팩의 이번 결정 기저에는 자금사정 악화라는 요인이 작용한 만큼 오히려 알파서버의 매출감소로 이어진다면 PC·PC서버 이외의 중대형서버사업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현재 알파서버가 중대형서버 시장의 4위 자리에 머물러 있는 만큼 이 역량을 IA64에 집중하면 서버시장의 판도 자체가 바뀌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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